이 네 요소는 한·중·일이 "서로 다른 나라"이면서도 "같은 문화권"으로 묶이는 까닭이다. 우리가 지금도 한자를 알고, 유교적 가족 윤리를 익숙해하며, 절에서 불상을 보고 절을 올리는 것 — 모두 이 7~10세기 동아시아 문화권의 직접 후예다.
분열을 끝낸 두 왕조 — 수와 당
한이 멸망한 뒤(220) 약 360년간 중국은 다시 분열되었다(위진남북조 시대). 이 긴 분열을 끝낸 것이 수(581~618)였고, 수의 짧은 통일을 이어받아 당(618~907)이 동아시아의 중심이 되었다.
수의 통일과 당의 전성6세기 말 ~ 10세기 초
수 문제는 분열된 중국을 통일하고 3성 6부제(중앙 행정 조직)와 과거제(시험으로 관리 선발)를 만들었다. 수 양제는 대운하(남북을 잇는 2,500km 운하)를 팠지만, 무리한 사업으로 30년 만에 멸망했다. 마치 진과 비슷한 운명이었다.
수를 이은 당은 약 300년간 동아시아 최강대국이었다. 태종(626~649)은 "정관의 치"로 불리는 안정기를 이뤘고, 현종(712~756)은 "개원의 치"로 절정에 이르렀다. 그 사이 측천무후는 중국사 최초의 여황제로 국호를 "주(周)"로 바꾸기까지 했다.
당의 통치 시스템은 3성 6부 + 율령 + 균전제 + 과거제의 4박자였다. 이 체제는 신라·발해·일본이 모두 본떠 자기 나라에 적용했다 — 동아시아 국제 질서의 기본이 된 것이다.
세계의 수도 — 당의 장안성
당의 수도 장안(현 시안)은 인구 100만의 거대한 계획 도시였다. 동서 9.5km·남북 8.5km의 직사각형, 바둑판처럼 나뉜 110개의 방(坊). 그 거리에는 신라·일본·페르시아·이슬람 상인이 모두 함께 걸었다.
비단길의 동쪽 끝국제 도시 장안 (長安)
장안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크고 번화한 도시였다. 동시·서시(東西市) 두 시장에는 페르시아의 호박 보석, 인도의 향료, 신라의 인삼, 일본의 금이 진열되었다. 거리에는 흰 옷의 아라비아 상인, 푸른 눈의 페르시아 무역상, 일본의 견당사들이 한 길을 걸었다.
당은 "화이일가(華夷一家)"를 표방했다. 외국인도 능력이 있으면 관리로 등용했고, 페르시아·이슬람·네스토리우스 크리스트교(경교)·조로아스터교 모두 자유롭게 사원을 지을 수 있었다. 이런 개방성이 당의 문화를 가장 다채롭게 만들었다.
이백·두보·왕유 같은 시인들이 장안의 술집에서 시를 읊었다. 당시(唐詩)는 한국·일본까지 외워졌고, 지금도 동아시아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이백의 한 줄, 두보의 한 줄이 그대로 1,200년 후 우리에게 도착한다.
해와 달은 죽을 줄 모르고 빛나는데, 인생은 어찌하여 짧기만 한가.— 이백 「장진주(將進酒)」 중에서 · 8세기 장안의 분위기
장안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노래하기를, "백 년 시름은 한 잔 술에 흘려 보내자".
하나의 문화권 — 네 가지 공통점
신라·발해·일본은 당의 제도와 문물을 적극 받아들이며 "동아시아 문화권"을 형성했다. 그 공통의 뿌리는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된다.
한자
중국·한국·일본·베트남이 함께 쓴 문자. 자기 말은 달라도 글로는 통할 수 있었다 (필담).
유교
군신·부자·부부의 도리. 국가 운영 원리이자 가족 윤리. 과거 시험의 기본이 됨.
불교
인도에서 와 동아시아에 정착. 사찰·탑·불상이 한·중·일에 비슷한 모습으로 세워짐.
율령
당의 율령은 법(律) + 행정(令)의 종합 체제. 신라·일본이 본떠 자기 법전을 만듦.
당의 문화를 자기 것으로 — 신라·발해·일본
신라는 최치원 같은 유학생을 보내 당의 학문을 익히고 돌아왔고, 일본은 견당사를 약 18차례 파견했다. 그들이 가져온 책·기술·종교가 자기 나라에서 변용되며 각자의 색을 입었다.
견당사가 가져온 것아스카·나라 시대 · 6~8세기
일본은 견수사·견당사를 통해 중국 문물을 적극 받아들였다. 18차례 파견된 견당사는 한 번에 500명 규모로, 그들이 가져온 율령·불교·건축·기술이 일본 고대 국가의 토대가 되었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아스카·나라 시대의 불교 문화다. 호류지 오중탑(607)은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목조 건축, 나라의 동대사 대불전은 세계 최대 목조 건축. 일본은 당의 가람 양식과 율령제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고대 국가의 골격을 완성했다.
호류지 오중탑 (法隆寺)
아스카 시대 쇼토쿠 태자가 세움. 현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 백제로부터 기와·건축 기술을 전수받았다는 견해가 유력.
출처 · 위키미디어 (CC BY-SA)
불국사 (佛國寺)
통일신라 경덕왕 때 김대성이 발원해 세운 절. 다보탑·석가탑의 좌우 대칭, 청운교·백운교의 절묘한 구도가 신라 불교 미술의 절정.
출처 · 유네스코 세계유산 · 위키미디어 (CC BY-SA)
석굴암 (石窟庵)
인공 석굴 안에 모신 거대한 좌불상. 인도 굽타 양식과 당 불교 미술의 영향이 신라적으로 재해석된 결과. 동아시아 석굴 미술의 최고봉.
출처 · 유네스코 세계유산 · 위키미디어 (CC BY-SA)
「도련도(搗練圖)」 — 궁중 여인들
당대 궁중 여인들이 비단을 다루는 모습. 풍만한 미인의 모습이 당대 미의식의 상징. 후일 일본 야마토에·고려 불화에도 영향.
출처 · 위키미디어 (PD)한국사 연계 — 통일신라와 발해의 당 수용
한국에서도 당의 영향은 깊고 넓었다:
- 통일신라 · 진골 귀족의 자제를 당의 국학에 보냈고, 최치원·설총 같은 학자가 활동. 당의 불교(화엄종·선종)가 신라에 정착.
- 발해 · 당의 3성 6부제를 받아들이되 명칭을 자기 식으로 바꿔 사용. "해동성국(海東盛國)"이라 불릴 만큼 발달.
중요한 점은 신라·발해·일본이 단순히 "베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의 제도를 자기 사회에 맞게 변용하고, 자기 색깔로 다시 빚었다.
탐구 활동 — 동아시아 문화권 4요소 분류
아래 12장의 단서 카드를 네 가지 요소(한자·유교·불교·율령) 중 알맞은 곳에 분류해 봅시다.
한눈에 정리
오늘 배운 것
- 수(581~618)가 약 360년 분열을 끝내고 3성 6부·과거제·대운하의 기반을 닦음. 당(618~907)이 이어받아 동아시아 최강대국이 됨.
- 당의 수도 장안은 인구 100만의 국제 도시. 신라·일본·페르시아·이슬람 상인이 함께 다니던 비단길의 동쪽 끝.
- 동아시아 문화권은 한자·유교·불교·율령 네 요소로 묶임. 한·중·일·베트남이 공유한 공통 토대.
- 신라(국학·최치원), 발해(해동성국), 일본(견당사·호류지·동대사)이 모두 당의 문물을 적극 받아들이되 자기 색깔로 재해석.
- 한국의 불국사·석굴암은 동아시아 불교 미술의 최고봉. 일본의 호류지는 세계 최고(最古) 목조 건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