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합리적 선택 — 경제학의 출발점
자본주의 경제학은 한 가지 가정 위에 세워져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는 가정이다. 이를 줄여서 합리적 선택(rational choice)이라 부른다. 무엇이 합리적인 선택인가?
합리적 선택의 세 가지 도구
비용-편익 분석
한 선택의 모든 비용과 모든 편익을 비교하여 순편익이 0보다 큰지 본다. 도로 건설·정책 평가·기업 투자 결정의 기본 도구.
기회비용
대학 진학의 기회비용은 등록금만이 아니다. 같은 시간에 일했다면 벌 수 있었던 임금까지 포함된다. "공짜 점심은 없다"의 핵심.
한계 분석
전체가 아니라 "한 단위 더(marginal)"의 비용·편익을 본다. 피자 한 조각을 더 먹을지 말지, 야근 1시간을 더 할지 말지 모두 한계 분석의 문제.
"제2원리 · 모든 것의 비용은 그것을 얻기 위해 포기한 그 무엇이다." / "제3원리 · 합리적 인간은 한계적으로 사고한다." —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
§ 2그러나, 우리는 늘 합리적인가
20세기 후반, 심리학자 다니엘 카네만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충격적인 발견을 내놓았다. 실제 인간의 의사결정은 경제학이 가정한 합리성과 한참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연구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탄생시켰고, 카네만은 2002년 심리학자로서는 이례적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다니엘 카네만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의 저자. 인간 사고를 빠른 직관(시스템 1)과 느린 추론(시스템 2)으로 구분.
요제프 슘페터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와 기업가 정신의 이론가. 자본주의의 동력은 혁신이라는 통찰을 제시.
클라우스 슈밥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를 제창. 기업의 책임이 주주뿐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주장.
조셉 스티글리츠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ic information) 이론으로 노벨상 수상. 시장실패와 불평등 문제의 권위자.
사람은 왜 비합리적인가 — 대표적 인지편향
카네만은 인간의 사고가 두 시스템으로 나뉜다고 본다. 시스템 1(빠른 사고)은 직관적·자동적이며, 시스템 2(느린 사고)는 의식적·논리적이다. 그러나 일상의 대부분은 시스템 1이 지배하며, 거기서 다양한 인지편향(cognitive bias)이 발생한다.
닻내림 효과 (Anchoring)
처음 본 숫자에 사고가 묶이는 현상.
손실 회피 (Loss Aversion)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을 약 2배 더 크게 느낌.
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
내 생각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골라 받아들이는 경향.
군중 행동 (Herding)
다수가 하는 행동을 따라 하는 경향.
현재 편향 (Present Bias)
당장의 즐거움을 미래의 큰 보상보다 과대평가.
매몰 비용 오류
이미 들인 비용이 아까워 계속 매달리는 비합리.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합리적이지 않다. 우리는 직관과 감정의 노예이며, 그 사실조차 자주 잊는다. 인간은 합리적 행위자가 아니라 합리적이려 애쓰는 존재이다."
§ 3시장 자체의 한계 — 4가지 시장실패
개인이 늘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뿐 아니라, 시장 자체가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경제학은 이를 시장실패(market failure)라 부른다. 시장실패는 정부가 개입할 정당성의 근거가 된다.
외부효과 (Externalities)
한 사람의 경제 행위가 거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의도치 않은 영향을 주는 현상. 가격에 반영되지 않아 과잉·과소 생산이 일어난다.
공공재 (Public Goods)
여러 사람이 동시에 소비할 수 있고(비경합성), 대가를 안 낸 사람도 막을 수 없는 재화(비배제성). 시장은 무임승차(free rider) 때문에 충분히 공급하지 못한다.
정보의 비대칭성 (Asymmetric Information)
거래 양측이 가진 정보의 양이 다른 경우. 정보를 적게 가진 쪽이 손해를 본다. 시장은 결국 "역선택"이나 "도덕적 해이"로 왜곡된다.
독과점 (Monopoly & Oligopoly)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지배해 가격을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상태. 소비자 잉여가 줄고 혁신 동기도 떨어진다.
외부효과의 두 얼굴
부정적 외부효과 — 환경 오염
공장은 제품을 팔아 이윤을 얻지만, 그 과정에서 나오는 매연·폐수의 비용은 인근 주민이 부담한다. 시장가격은 이 비용을 반영하지 않으므로, 공장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양보다 더 많이 생산한다.
긍정적 외부효과 — 백신 접종
내가 백신을 맞으면 나만 건강해지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감염 위험이 낮아진다. 그러나 개인은 자신의 편익만 고려하므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양보다 더 적게 접종하게 된다.
시장실패가 있다고 정부 개입이 늘 옳은가 — 정부 실패
시장실패는 정부 개입의 정당성을 제공하지만, 정부 역시 완벽하지 않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라 부른다. 정보 부족(정부도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관료의 무능과 부패,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책 왜곡, 규제 포획(regulatory capture, 규제 대상이 규제자를 영향력으로 길들이는 현상) 등이 그 예이다.
따라서 "시장실패 ⇒ 즉시 정부 개입"이라는 단순한 도식은 위험하다. 시장실패의 비용과 정부 개입의 비용 모두를 따져, "개입이 비개입보다 나은 경우"에만 신중하게 정부가 움직이는 것이 현대 경제학의 합의이다.
§ 4시장이 해결하는가, 시장이 실패하는가
아래 사례들을 보고, 시장이 잘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MARKET), 시장 혼자로는 해결되지 않아 정부 개입이 필요한 문제인지(FAIL)를 판단해 보자. 답을 고르면 해설이 나타난다.
시장 vs 시장실패 — 사례 진단
INTERACTIVE§ 5네 경제주체의 역할과 책임
지속가능한 자본주의를 위해서는 어느 한 주체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정부·기업·노동자·소비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시장경제는 지속 가능해진다.
政 · 정부
핵심 역할
- 시장실패 보완 — 외부효과 규제, 공공재 공급, 정보 공개, 독과점 규제
- 공정한 경쟁 유지 — 공정거래법, 카르텔 단속, 중소기업 보호
- 사회 안전망 — 국민연금·건강보험·실업급여·기초생활보장
- 경제 안정화 — 재정·통화 정책으로 경기 조절, 인플레이션 관리
企 · 기업
전통적 역할 — 슘페터의 기업가 정신
새로운 결합으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일으키는 자가 기업가이다. 위험을 감수하며 혁신으로 시장을 바꾸는 것이 자본주의의 동력이다.
확장된 책임 — CSR·ESG·CSV
- CSR (기업의 사회적 책임) — 이윤뿐 아니라 환경·사회·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
- ESG 경영 — Environment·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를 통합 평가
- CSV (공유가치 창출) — 마이클 포터 제창. 사회 문제 해결을 사업 모델로
-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 주주뿐 아니라 노동자·소비자·지역사회 모두를 고려
勞 · 노동자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
- 단결권 —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 (헌법 제33조)
- 단체교섭권 — 사용자와 집단으로 협상할 권리
- 단체행동권 — 파업 등 단체 행동을 할 권리
노동조합의 역할
개별 노동자는 사용자에 비해 약자이지만, 단결하면 동등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 한국에서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동권이 본격적으로 신장되었으나, 비정규직 확대·플랫폼 노동자 등 새로운 사각지대가 과제로 남아 있다.
消 · 소비자
소비자기본법이 보장하는 8대 권리
안전할 권리 · 정보를 알 권리 · 선택할 권리 · 의견을 반영시킬 권리 · 피해를 보상받을 권리 · 교육받을 권리 · 단체를 조직할 권리 · 안전한 환경에서 살 권리
두 가지 소비 — 합리적 소비 vs 윤리적 소비
- 합리적 소비 — 가성비, 가격 대비 만족도 극대화
- 윤리적 소비 — 환경·인권·동물복지·공정무역 등 사회적 가치까지 고려한 소비
소비자의 선택은 시장에서의 투표이다. ESG 우수 기업의 제품을 사고, 비윤리적 기업을 거부하는 행동(불매운동)이 기업을 움직인다.
지속가능발전 — 네 주체의 합의
1987년 UN 브룬틀란 보고서는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이렇게 정의했다.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되, 미래 세대가 자신의 필요를 충족할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는 발전."
이 정의는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선다. 그것은 경제(이윤)·사회(공정성)·환경(지속성)의 세 기둥을 함께 지키자는 약속이다. 그리고 이 약속은 정부의 정책·기업의 ESG·노동자의 양심·소비자의 윤리적 선택이 모두 만나야 비로소 이행될 수 있다.
다음 소단원에서 우리는 그 지속가능한 경제생활의 가장 개인적인 측면—금융 자산과 자산 관리—를 살펴본다.
§ 7형성평가 — 학습 점검
5문항으로 이 단원의 핵심을 점검해 보자. 객관식·단답형은 즉시 채점되고, 서술형은 모범답안과 비교할 수 있다.